영화는 문학이나 음악 등의 여러 문화 형식들보다도 더욱 직접적인 관계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것은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격 때문일텐데, 영화를 통해서는 보고 듣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극장에서 <박하사탕>을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나는 줄곧 그 감동에 대해 말한 것 같다. 다른 영화를 보고 나면 '재미었었니?'하는 물음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에 반해, <박하사탕>이라는 영화가 준 느낌은 그것 이상이었다. 아직도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그 가슴 아픈 이야기와 감동들이 전해지는 것 같다.
김영호의 삶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결국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처절한 소망을 외치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의 이유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단절이라고 생각했다. 80년 광주로 대표되는 사회적 모순을 겪게 되는 영호는 점점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성을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결국 영호의 삶은 피폐해져 간다. 하지만 순임과의 아름다운 사랑의 매개물이었던 '박하사탕'은 영호가 완전히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못하도록 붙들고 있는 듯 하다. 결국 김영호의 삶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임과의 행복했던 만남으로 이어져있던 것이다...
